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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Book Review)

가상은 현실이다 - 주영민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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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은 현실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가상은 현실이다' 가상의 세계가 점점 현실과 거의 유사하게 되어간다는 내용일까? 아니면 가상의 세계로 인해서 현실 세계가 점점 잊혀 간다는 것일까?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게 하는 책의 제목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소셜미디어(SNS) / 인공지능 / 비트코인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구성이 되어있다. IT의 받달로 인해서 실물로는 존재하지 않고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이것들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에는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 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있다. 전적으로 다 맞다고 찬성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의견들이 많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이를 참고한다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면,

1.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는 현실의 연장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왜곡이다. 현실은 소셜 미디어를 거칠 때 그대로 반영되지 않고 굴절된다." 

최근에 정중원 화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평생 동안 절대 볼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자신의 얼굴이다'였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볼 경우 좌우가 대칭이 되어서 보이는데, 어떤 사람이든 좌우가 바뀌게 되면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또한 카메라는 렌즈에 따라서 왜곡이 가장 심한 도구이다. 이렇듯 실제 본인의 모습도 보기가 불가능 한데, 소셜 미디어라는 또 하나의 렌즈를 통해서 현실을 굴절해서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예쁘고 멋지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만남을 가졌을 때 SNS의 그 모습들은 왜곡되어 있었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삶을 공유하기 위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오히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기 위해 삶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산한다."

굉장히 큰 공감이 가는 생각이다. SNS를 하는 친구들에게 이것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변은 자신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보이는 현상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여행을 가면 안된다 라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실제로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모바일 기술 덕분에 언제 어디서 누구나 연결이 가능해졌지만, 인류는 전시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시청해야 한다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게 된다. 다른 사람은 이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해서 인 것 같다. 그리고는, 거기에 올라온 친구들의 피드를 보면서 대부분은 부러움과 자괴감을 느끼며 앱을 종료하는데 이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는 것 같다. 가끔은 사진을 올려야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겠거나 싶어서 말 그대로 '전시'를 하기도 하는데, 좋아요의 개수를 확인하느라 여간 불편하다. 이런 것들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기록에 저항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기록을 거부하고, 기록에 포획되지 않기를 실천하는 것만이 유일한 자유의 길이다. 사진 금지는 현재를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으로, 현재가 누릴 수 있는 순간의 자유를 최대치로 허용한다. 현재는 기록으로 박제되지 않고 그 자체로 보존된다.

2. 인공지능

"구글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순간인 '싱귤래리티'를 예언했다. 2029년. 인간 집단의 단순화로 인해서 리버스 싱귤래리티의 가능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봇이 인간을 닮아가는 것처럼, 인간은 점점 봇을 닮아가고 있다."

2010년 딥러닝의 개발과 함께 인공지능의 성능은 급속도록 좋아지고 있다. 결국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나타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점점 단순화되고 수치화되면서 점점 로봇을 닮아가면서 두 존재가 크로스 되는 시점이 바로 싱귤래리티라는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이 2029년으로 예언을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세상이 도래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지능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하나의 입력에 대해 정해놓은 산출만 내놓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춰 유연한 판단을 하는 것을 지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의 37수는 기계 지능의 증거다."

지금까지 지능이라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딥 러닝 기술로 인해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발달되면서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없는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증거가 바로 이세돌 과의 바둑 대국에서 2차전 37 수로 둔 알파고의 수다. 모든 바둑 전문가는 처음 그 수를 보고 절대 이길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그 수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변화되면서 알파고가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기계가 입력된 산출만 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 비트코인

"파피루스부터 블록체인까지, 돈의 역사는 결국 기록 시스템의 역사였다. 기록의 방식이 바뀌면 돈의 개념도 바뀐다. 블록체인 등장 전까지 모든 기록은 중앙화 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따. 이집트의 왕이든 현대의 중앙은행이든, 기록에 권위를 부여하는 중앙집권적인 관리자는 항상 존재했다. 블록체인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탈 중앙화된 방식으 기록 관리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이 한창 유행을 했을 때, 단순히 투자 상품 정도로만 접근을 했었지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돈은 정부에서 관리를 하는데 비해서 비트코인은 개인 간 관리가 가능해서 탈 중앙집권적인 화폐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개념을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술력이 이토록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미래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일 것이며, 이것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세상이 오기 전에 미리 파악을 해 둔다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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